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책이 있다.
'아! 그렇지. 그렇지.' 공감을 하게 하거나,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가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탄성이 나오게 하거나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이 중 후자에 해당하는,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삽질을 덜 했겠다 싶은 책,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이다.
학교 다닐 때는 글을 쓰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잘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거나 독후감 숙제를 수월하게 해 내는 정도? 그런데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문장으로 잘 정리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특히 문장의 정확도가 직무능력에 포함되는 나의 직업 특성상 나의 부족함이, 내 문장 안에 축적된 오래된 버릇들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쓴 글을 다듬는 것.
다듬는 것은 뭔가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알지 못하면 절대 보이지 않는다.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쓰는 문장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고민이 된다면 한 번쯤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옆에 두고 두고 나의 글을 되돌아 볼 때 열어볼 만한 책이다.
인상 1.
글을 쓰며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에게 마치 내가 아는 만큼 아는 것처럼 불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당연한 거니까 앞뒤 설명 없이 글을 쓰다 보면 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글이 될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인상 2.
그만 좀 시키자.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우리는 '시키다'라는 말을 참 많이 쓰고 있었다. 단어의 의미에 '시키다'의 의미가 이미 들어 있을 때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많았다. 덜어내자.
교육시키다 -> 교육하다, 야기시키다->야기하다, 연결시키다->연결하다, 세뇌시키다->세뇌하다, 지연시키다->지연하다, 관철시키다->관철하다, 해방시키다->해방하다...
그만 좀 시키자, 꼭 써야 하는 자리에 쓰자.
인상 3.
피동과 사동
피동: 당하는 말
사동: 시키는 말
모든 동사가 당하는 말과 시키는 말을 갖는 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설레다' 당할 수도, 시킬 수도 없는 말이다.
인상 4.
이상한 문장, 이상한 사람, 이상한 삶
근데 이 책, 형식이 참 독특하다. 남의 글을 다듬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가 자신이 교정, 교열을 한 책의 작가와 주고 받은 메일이 책 군데군데 들어 있다. 누군가 내가 쓴 문장을 뜯어 본다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다. "이 문장은 비문이에요." 라고 대놓고 말하든, 빨간 줄이 쫙쫙 가 있든 어떤 형식으로 지적 받아도 불편하다. 하지만 친절한 글, 잘 읽히는 글을 쓰려면 피할 수 없는 일. 불편해도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지. 누구의 말을 듣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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