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망우 우림시장에 가는 길에 태국음식점 입간판이 서 있었다.
시장 옆에 태국음식점?
심지어 2층에 있고 딱 봐도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sns의 여느 맛집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여기에서 외국 음식점이? 장사는 잘 되려나?’
라는 쓸 데 없는 남 걱정을 하며 지나쳤다.
얼마 후,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전 직장 선배랑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 근처에 점심을 먹을 만한 식당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태국 식당 입간판. 이래서 입간판을 세우나 보다.
요즘 재택 근무한다고 집밥만 열심히 먹었더니 이국적인 음식이 생각났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못 가는데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분이라도 내자!”
이런 건 참 잘 통해서 좋은 선배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메뉴판을 정독했다.
요즘 태국음식 맛집들은 가격이 장난 아니던데 여기는 가격이 참 착했다.
혼자 식사할 때 먹을 수 있는 밥이나 국수 메뉴는 9000원 정도이고 조금 비싼 메뉴가 15000원.
식사 가격이 만원을 넘지 않으면 착하다고 하는 시대가 왔다.
사장님께서 메뉴판에는 없지만 태국식 쌀국수도 팔고 있다고 하셨다.
메뉴는 국수 하나, 밥 하나,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국물 요리 하나로 시키기로 했다.
고로
팟타이(이건 꼭 먹어야지 최애 메뉴),
카오카무(태국식 족발 요리라고 하는데 코로롱 전에 여행 프로그램에서 본 게 기억 났다),
똠양꿍(이게 맛있어야 정통 태국 요리집이라 할 수 있지)
세 개로 주문!!!

홀은 꽤 넓었는데 메뉴를 후다닥 주문하고 둘러보니 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고 가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태국인 손님들이 와서
태국 식당에 태국 손님 오면 찐이 아닌가?
사장님은 한국 분이셨는데 주방에 태국인 주방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더 기대되는 걸?

♭ 쏨땀은 기본 반찬 ♪
쏨땀=그린 파파야 샐러드
태국, 베트남에 가 본 적도 없으면서 음식은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연남동이나 가로수길 같은 곳에 있는 유명한 쌀국수집이나 태국 음식점에 찾아다니곤 했는데 쏨땀을 반찬으로 주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쌀국수 먹으면서 상큼한 거 먹고 싶어서 쏨땀을 같이 시켜 먹곤 했는데 양도 적은데 적지 않은 가격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쏨땀이 기본 반찬이라니...
더욱 기대되는 걸?

♪ 달지 않은 팟타이 ♬
팟타이는 달지 않아서 좋았다.
팟타이를 워낙 좋아해서 소스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정도인데 국수를 퍼지지 않게 볶는 게 꽤 어렵다.
역시 볶음 요리는 식당에서 먹는 게 맛있어.
센불에 볶아 숙주도 살아 있고 새우도 꽤 많이 들어 있었다.

♬ 장조림인듯 장조림 같지 않은 너, 카오카무 ♭
이 음식은 여기에서 처음 먹어봤다.
그래서 비교 대상이 없네...
여행 프로그램에 나온 걸 보면서 장조림 같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음... 아닌가? 장조림보다는 짜지 않은데 고기가 비계가 붙어 있는 돼지고기이다 보니 조금 느끼했다.
맛이 별로 임팩트가 없어서 이거 하나만 시켜 먹었으면 심심했을 것 같다.
장조림에 밥 비벼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쏨땀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

♪뒤늦게 알아버린 매력, 똠양꿍♩
글을 쓰면서 사진을 정말 발로 찍었다는 걸 알았다.
똠양꿍 안에 새우가 정말 혜자처럼 많이 들어 있었는데 사진에서는 국물만 보이네ㅠㅠ
15000원짜리 똠양꿍인데 내용물도 실하고 맛도 너무 강하지 않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사진에 있는 하얀 쌀밥은 똠양꿍이랑 같이 주시는데 이건 그냥 우리가 흔히 먹는 밥이다.
고수는 작은 소스 그릇에 따로 담아 주신다.
사장님 정말 친절하심.
똠양꿍 맛은 한국 사람이 먹기 딱! 좋은 정도의 신맛을 가지고 있다.
먹다 보면 레몬그라스가 입에 걸릴 때가 있는데 너무 많이 넣지 않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낯선 국물 요리라서 아직 똠양꿍에 시도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한번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처음 입문 시기에는 먹고 나서 다음에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포스팅을 하면서 사진을 뒤적거리다 보니 이 맛이 제일 생각난다.
똠양꿍은 먹으면 먹을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요리이다.

좋은 사람과 좋은 장소에서 좋은 식사를 했다.
좋은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도 좋다.

사장님도 친절하고 맛도 있고 가격도 착한 망우 맛집!
재택근무로 지루한 일상에 색다른 맛을 선사해 준 알로이짱
재방문 의사 매우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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