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은 여름이다.
몇 년 전 최악의 폭염이 왔을 때 부모님이 서울에 오셨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에어컨이 없어 집은 덥고 카페도 오래 앉아 있으면 답답해 생각해 낸 곳이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건물이 워낙 크고 중간 중간에 쉴 곳도 많고 팥빙수도 먹을 수 있어서 하루 종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딱 좋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여름 이후에도 일 때문에 박물관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항상 여름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보고 싶은 전시가 생겼는데 딱 여름이네! 더운 여름, 아름다운 평일 휴일에 시원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국립중앙박물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뷰이다.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 사이에 이렇게 뻥 뚫린 공간이 있고 계단 뒤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지겨운 장맛비가 지나간 여름 하늘에 파란 물감과 하얀 물감만 남았다. 하늘 색깔 때문에 사진빨 제대로 받았는데 사실 ‘비온 뒤 갬’에 해당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관엽식물 잔뜩 있는 여름날의 온실 같이 푹푹쪘다. 빨리 실내로 들어가야지.


건물을 등지고 돌아서면 산책로와 거울못 연못이 보인다. 초록이 절정을 찍은 듯하다.

상설전시관
상설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면 천고가 높아 탁 트인 시야를 느낄 수 있다. 입장료가 무료이고 따로 티켓을 끊을 필요없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입장 가능하다.

입구로 들어가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거대한 탑. 개성에 있는 절에 있던 탑이 일제시대에 약탈되었다가 한국으로 반환되었고 처음에는 경복궁 앞에 설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산성비에 취약해 국립중앙박물관 실내로 옮기게 되었다.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제 이 자리에서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2층에서 사진을 찍는데 탑 옆에 쪼로록 붙어서 과제하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 귀여웠다.

사유의 방
다른 전시실은 전에 많이 봐서 오늘은 사유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불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불상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다. 온화한 미소 때문인지 아름다운 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유럽의 유명한 조각품을 보고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 만큼 아름다운 불상을 보면 매료되는 특유의 감상이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이렇게 사유의 방 입구가 바로 나온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도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지길…

반가사유상






사유의 방은 이렇게 공간이 넓다. 넓고 어두운 공간에 작은 조각상 두 점밖에 없으니 작품에 더 집중이 되는 것 같다.


거울못
이날은 하늘이 맑아 거울못이 이름값 했다. 구름이
내려 앉은 거울못.


여름이라 군데군데 연꽃이 피어 있었다.


호수 한 편에 청자정이란 정자가 하나 있는데 못 들어가게 막아놓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진짜 정자였다.



부록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는 못참지.
뮤지엄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렸더니 이렇게 예쁜 반가사유상 에코백이 나와 있었다. 연못 옆 벤치에서 검수를 하고 땀 뻘뻘 흘리며 귀가했다. 잠깐이나마 시원했다.


잘 있어!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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